급격한 저출생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문을 닫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어린이 대신 노인을 돌보는 요양기관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1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3월 새 학기 들어 병설 유치원 13곳이 영구적으로 간판을 내리거나 원아 모집을 잠정 중단했다. 광주중앙초와 월곡초 등 5곳은 최근 3년간 학급편성 최소 기준인 5명을 충족하지 못해 폐원했다.
전남에서도 어린이집은 2021년 1051 곳에서 지난해 952곳으로 3년간 99곳이나 문을 닫았다. 특히 현재 전남도 내 22개 시·군 297곳의 읍면동 가운데 31.6 %에 달하는 94곳에는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다. 이로 인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육아 인프라 시설이 고령화 인구 시설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요양기관 등으로 업종을 변경해 등록하는 곳이 해마다 2~3곳씩, 10년간 30곳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 지역도 마찬가지다. 최근 제주도 내 한 사회복지법인은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운영해 오던 어린이집을 폐원하고 노인요양시설을 개원했다. 한때는 원아 수가 100명에 달할 정도로 운영이 잘됐지만, 저출생 여파 등으로 재원생이 3명으로 줄면서 부득이 폐원을 결정했다.
해당 법인 대표인 김철 강평재가노인복지센터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94년 처음 어린이집을 개원했을 때만 해도 2층까지 아이들이 가득했다”며 “시내에도 아이들이 줄어드는데 읍에 늘어날 리가 없을 것 같아 고민 끝에 법인 정관을 변경해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열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8년 513곳에 달하던 어린이집 수는 지난해 423곳으로 5년 새 17.5%(90곳) 줄었다. 같은 기간 어린이집 원아 수는 2만6458명에서 1만9150명으로 27.6%(7308명)나 감소했다. 반면 재가노인복지시설과 노인의료복지시설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새 각각 54곳에서 101곳, 54곳에서 70곳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영주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최근 10년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바뀐 사례는 19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전환 시설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단 16곳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한 해에만 무려 50곳이 시설을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육아 인프라 부족이 지역소멸과 인구절벽을 더 앞당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단의 영유아 육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생 감소는 앞으로도 불가피하다”며 “최소한의 원아 모집을 못해 휴·폐원하는 유치원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제주=장선욱 문정임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