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을 기록하는 등 저출생 문제가 심화하고 있지만 21대 국회를 통과해 개정된 저출생 법안은 단 7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의된 저출생 법안 수(220건)와 비교하면 통과율이 3.2%에 그친다. 특히 지난해엔 저출생 관련 법안이 단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1대 국회의 임신·출산·육아·가족 돌봄과 관련된 모·부성 보호제도 법안 처리 현황을 10일 발표했다. 21대 국회에선 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등 3개 법률 분야에서 총 220건의 저출생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중 개정안이 통과된 법안이 7건(3.2%), 대안반영 폐기 법안이 21건(9.5%)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경우 저출생 관련 개정안 137건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 중 3건(2.1%)만이 원안 가결돼 법안이 개정됐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대안반영돼 폐기된 법안은 15건(10.9%)이었다. 개정안으로 대규모 재난 등의 상황에서 가족 돌봄휴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고,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가 1회에서 2회로 확대됐다. 또 임신기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보장받게 됐다.
근로기준법의 경우 30건의 개정안이 저출생 관련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단 1건(3.3%)만 처리됐다. 이 개정안으로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근로시간 변경을 요청할 경우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주어지게 됐다.
고용보험법은 53건의 개정안 가운데 3건(5.7%)만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을 통해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가 출산 휴가나 유산·사산 휴가 도중 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남은 휴가 기간 동안 출산 전후 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예술인과 노무 제공자도 출산 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28건을 제외한 192건의 저출생 법안은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직장갑질119 김서룡 노무사는 “국회에서 법이 개정돼야 조금 더 나은 조건 속에서 육아를 할 수 있는데 국회가 도대체 언제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다”며 “22대 국회는 공약으로 제시한 저출생 관련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 유권자를 기만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