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치솟는 사과, 수입하고 싶어도 못한다

입력 2024-03-11 04:08
10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 이한형 기자

사과값이 계속 오르면서 이 과일을 수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검역 문턱을 넘기 어려워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재배 농가를 위축시켜 오히려 생산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사과의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물가지수 상승 폭은 71.0%였다. 현재 유통되는 사과는 지난해 수확해 저장한 물량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다른 대체재가 없어 햇사과가 나오는 7월까지는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과가 ‘금값’이 되면서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입 과일 대상으로 적용되는 ‘할당관세 카드’처럼 물가를 안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정부가 ‘사과 수입’ 카드를 쉽게 꺼내들지 못하는 것은 검역 협상 때문이다. 정부는 외국산 농식물 수입에 앞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한다. 외래 병해충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총 8단계의 검역 협상을 통과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8년1개월이 소요된다.

사과의 경우 현재 11개국이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갈 길이 멀다. 1992년 협상을 시작한 일본이 11개국 중 가장 많은 진도를 나갔지만 2015년 동식물 위생·검역(SPS) 5단계에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 뉴질랜드산 사과는 약 30년째 SPS 3단계(병해충 예비 위험평가)에 머물러 있다. 독일은 2단계(착수), 중국·이탈리아·포르투갈 등은 1단계다.

사과 수입이 자칫 재배 농가로 하여금 농사를 포기하게 해 생산량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과값을 밀어올린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생산량 감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과일 관측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5%나 감소했다. 농경연은 지난 1월 이후부터 올해 사과 출하량은 전년 대비 31% 더 감소할 것으로 봤다. 사과를 심고 키울 땅이 줄어드는 점도 생산량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경지면적은 지난 20년간 여의도 면적의 55배가량이 사라졌다. 이에 사과 재배면적은 2032년까지 연평균 1%씩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당장 사과를 수입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지난 7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사과 작황이 나빠 올해 가격이 높다고 바로 사과를 수입해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