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서는 ‘의대 증원’… “소송 여건 못갖춰” 각하 전망 우세

입력 2024-03-11 04:04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집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의대 증원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절차가 오는 14일 시작되는 등 ‘의정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의대 교수협 측은 “의대 증원은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합법 절차”라는 취지로 반박한다. 법조계에서는 의대 증원은 정책 판단이라 행정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소송전으로 번지는 것은 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33개 의대 교수협 대표들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기일이 오는 14일 열린다. 핵심 쟁점은 ‘의대 증원’이 행정소송 대상인 ‘처분’의 요건을 갖췄는지다. 당사자 권리에 직접 변동을 초래하는 처분이라고 볼 수 없을 경우 ‘각하’ 결정으로 의대 교수협 측이 패소하게 된다.

의대 교수협 측은 “의대 증원은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한다. 또 이번 증원은 법령상 신입생 입학 1년10개월 이내에 대입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복지부 장관의 정책상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보건의료기본법은 국가가 ‘인력’ 등 보건의료자원을 개발·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 대입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대 교수가 의대 증원으로 직접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인지도 쟁점이다. 의대 교수협 측은 “의대 교원들은 관련법에 따라 학생·전공의에게 양질의 전문적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보호되므로 원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각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증원 계획 발표만으로는 구체적인 권리 의무가 변동되지 않기 때문에 처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대 교수들은 (증원이 돼도) 간접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만 있어 소송 요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원을 감축하거나 강제 배정했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학교가 직접 신청해 증원하는 경우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 외에도 전공의 면허정지 등을 둘러싸고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이번 주까지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의대 교수협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의 집단소송과 가처분 신청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후속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최인호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대학이 결정할 사안까지 법원으로 가져오는 건 지나친 사법화”라며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을 국민도 응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