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신세계… 위기의 이마트 구할까

입력 2024-03-11 04:04

신세계그룹이 정용진(사진)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 회장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정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의 승진이고,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한 뒤 29년 만의 회장 취임이다. 정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 자리에 올라 신세계그룹 총수 역할을 이어간다.

신세계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매출에서는 쿠팡이 이마트를 처음 제쳤고, 알리 테무 등 중국 자본이 국내 유통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장 경쟁은 격해졌으나 소비 여건은 받쳐주지 않고 있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며 소비심리가 어느 때보다 얼어붙었다. 안팎으로 위기인 형국이다.

신세계그룹 내 위기감은 지난해 말부터 고조됐다. 3분기까지 경영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평상시보다 이른 9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표이사 40%가 바뀌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경영전략실 실장을 8년 만에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교체했다. 사실상 ‘정용진 회장 체제’ 구축에 나섰다. 정 회장 승진까지의 빌드업은 이렇게 이어졌다.

위기는 지난해 이마트 연간 실적을 통해 수치로 확인됐다. 영업손실 469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냈다. 매출 29조4722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경쟁사인 쿠팡의 연간 매출(31조8298억원)에는 못 미쳤다.

이마트 첫 적자는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깊어진 탓이 컸다. 지난해 1757억원의 적자를 냈다. 건설 경기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신세계건설은 그룹 유동성 위기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체제를 굳건히 하며 ‘퀀텀 점프’ 급의 반등을 노리고 있다. 오프라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을지도 주목된다. 등기임원은 경영활동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다. 정 회장은 2013년 사내이사직에서 떠난 이후 11년 동안 등기임원을 맡은 적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위기 상황에서 정 회장 체제로 구심점을 잡은 건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수장을 새로 세우고 위기의식과 추진력을 고취한다면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변화의 시대를 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