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력 부족

입력 2024-03-09 04:10

“2025년에는 인공지능(AI)을 위한 충분한 전기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보쉬 커넥티드월드 컨퍼런스’ 폐막식에서 한 말이다. 그는 AI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언급한 뒤 “1년 전에는 칩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변압기와 전기가 부족한 것이 제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최근 곳곳에서 전력 부족을 경고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든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글로벌에너지 정보회사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총 발전량은 2만8709 테라와트시(TWh)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기 중 가장 큰 신고리 3호기 2200여대의 발전량과 맞먹는 다. 그런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량을 최대 460TWh로 추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량은 568TWh로 세계에서 8번째였다. 460TWh라면 9위인 독일(490TWh)과 10위인 프랑스(425KWh) 사이다.

데이터센터는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모든 자료를 통합 관리하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850만개가 넘는다. 기업·기관이 자체 운영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빅테크 기업 클라우드 컴퓨팅의 대규모 확장에 AI 수요까지 폭발하면서 10만대가 넘는 서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더구나 AI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연산작업으로 AI를 학습시키기에 사용 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연말 IEA는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1000TWh의 전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 미국, 인도 다음으로 많이 쓴다는 것이다.

전력 부족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래 전력 생산량을 4배 넘게 늘렸지만 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대형 발전소 대부분은 지방의 바닷가에 있는데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공급망 문제도 심각하다.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