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YS의 영욕 묵묵히 함께한 ‘내조 9단’

입력 2024-03-08 00:23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손 여사가 2011년 3월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혼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입맞춤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7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5세.

손 여사는 이날 오후 5시39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2015년 11월 22일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8년 3개월여 만이다.

손 여사는 2022년 12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으로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후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임종했다.

손 여사는 ‘조용한 퍼스트레이디’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이화여대 약학과 3학년이던 1951년 동갑내기였던 김 전 대통령과 몰래 결혼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장택상 당시 국회부의장 비서관으로 정계에 막 발을 담근 직후였다.

손 여사는 이후 김 전 대통령 서거 때까지 65년을 정치적 조력자이자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했다. ‘정치 9단’으로 불린 김 전 대통령을 따라 ‘내조 9단’으로 불렸다. 오랜 기간 야당 지도자로 활동해온 남편을 묵묵히 도우며 ‘상도동계 안주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할 때 늘 ‘총재님’ ‘각하’라고 높여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도 손 여사에 대한 애칭으로 ‘맹순아(명순아)’라고 부르는 등 각별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2011년 3월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두 가지로 ‘민주화’와 ‘아내와 결혼한 것’을 꼽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인은 평생 신실한 믿음을 지키며 소박하고 따뜻한 삶을 사셨다”며 “하늘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기도를 계속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애도를 표했다.

유족으로는 김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김 이사장 아들이자 손 여사의 손자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현재 김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부산 서·동에서 경선을 치르고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진다. 발인은 11일 오전 8시다. 장지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으로 김 전 대통령 묘역에 합장될 예정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