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현직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다른 경찰을 폭행해 7일 대기발령 조치됐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일선 경찰서장과 총경급 이상 간부를 소집해 엄중한 조직 관리를 당부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경찰관 비위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경찰의 기강을 바로잡을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성남 중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1시22분쯤 서울 강동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순경 A씨(30대·여)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A씨는 당시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의 한 아파트 정문 근처에서 술에 취한 채 자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성 경찰관을 폭행하고 욕설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강동경찰서는 A씨를 대기발령 조치했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불법 성매매나 폭행 등 서울 경찰관의 일탈 행위는 최근 한 달 새 수차례 적발됐다. 지난달 29일 강북경찰서 소속 경사는 강남의 한 건물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여성과 성매매하다 현장 단속반에 걸렸다.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20대 경장은 지난달 초 앱으로 만난 10대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영상으로 찍은 혐의로 조사받았다. 이달 초에는 강남경찰서 소속 경정이 기자와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기발령됐다.
폭행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지난달 16일에는 기동단 소속 경장이 관악구 신림동의 한 술집에서 말다툼하던 시민을 폭행했다. 같은 달 15일엔 기동단 소속 경위가 성동구 한 교차로에서 택시 기사와 시비가 붙은 후 자신을 제지하고 순찰차에 태우려는 경찰관 2명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서울 경찰 내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조지호 청장은 지난 6일 오전 일선 경찰서장 등 총경급 간부를 전원 소집해 “서울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의무 위반 고리를 끊자”고 강조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청장이 당일 오전 총경급 간부를 소집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며 “그만큼 조직 관리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조 청장은 서장들에게 일선 경찰관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조 청장의 엄중 경고에도 서울 경찰 비위 사건이 재발하면서 신속한 징계 절차 도입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대구에서도 경찰관들이 잇따른 만취 운전으로 인명 피해 사고를 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전국 지휘부 회의를 열어 조직 차원의 엄중한 대처를 지시하고, 다음 달 11일까지 한 달여 동안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