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종섭(사진) 전 국방부 장관을 7일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에서 호주 대사로 임명된 것을 놓고 야당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모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수사 상황은 일절 알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된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4시간가량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 전 장관은 8일 호주 시드니로 출국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향후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공수처에 밝혔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가 출국할 경우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 등의 사무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강제수사 단계에서 이 전 장관과 김 사령관 등이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공수처는 다른 관련자들을 먼저 조사한 뒤 ‘윗선’인 이 전 장관을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우선 이 전 장관을 조사하는 방안을 택했다.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여부와 관련해 “공수처가 출국금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고 했다. 법무부는 출국금지 관련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5일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정식 인사 발령이 나서 국가를 대표하는 인사로 출국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출입국관리법상 수사기관은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은 출국금지 사유가 없어진 경우 출국금지를 해제해야 한다.
이 전 장관은 이미 외교관 여권도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전 장관은) 여권법상 외교관 여권 발급 거부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전 장관 출국금지를) 알고도 대사로 내보내는 것은 대통령 본인이 수사 외압의 몸통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공수처 수사 상황에 관해 물을 수도 없고 답해주지도 않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라며 “우리로서는 출국금지를 알 길이 없었을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이경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