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제도는 낯설다. 애플 등 세계적 기업들은 활용도를 높이고 있지만 단기 성과 보상에 익숙한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논란거리다.
RSU는 임직원에 단기 성과급을 지급하는 대신 중장기 성과 평가를 통해 일정 기간 뒤에 주식을 주는 성과 보상 제도를 말한다. 3~10년동안 해당 직무를 수행하면 지급하는 ‘기간연동형’과 영업이익 달성, 목표주가 도달 등 성과를 내면 주는 ‘성과연동형’으로 나뉜다.
미국에서는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RSU를 도입한 이래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여러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70%가 도입했다.
한국에선 2020년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두산, LS, 포스코퓨처엠, 네이버 등이 RSU를 도입했다. 한화 관계자는 7일 “현금 보상이나 스톡옵션 제도는 ‘저가 수주’ 등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폐해를 낳았다면 RSU는 회사 주식의 장래 가치에 따라 최종 지급받는 보상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임원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전념할 수밖에 없다”며 “RSU는 경영진, 회사, 주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성과 보상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기업 임직원들은 여전히 현금 보상인 성과급이나 스톡옵션 제도를 선호한다. RSU의 가장 큰 제약은 현금 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RSU를 부여받은 임원에겐 현금 성과급을 한 푼도 주지 않는다. 대신 한화는 RSU를 기준급(현금 성과급 지급 기준)의 200% 한도 내로 부여해 최종 보상액이 더 크도록 설계했고, 두산 등 다른 기업은 기존 성과급을 유지하면서 RSU를 추가로 활용하고 있다.
보상 시점도 문제다. 3~10년 뒤라는 보상 시점이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화그룹 내에서 RSU를 선택한 임원은 12개 계열사 344명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지, 은퇴 후 퇴직연금으로 받을지 선택할 때 대부분 일시금으로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RSU 취소 가능성도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022년 성과급과 함께 RSU를 추가로 부여받았었다. 하지만 ‘네이버 주가가 코스피200 상승률보다 낮으면 지급을 취소한다’는 조건에 따라 지난해 받았어야 할 RSU 지급이 취소됐다. 성과연동형 RSU의 경우 보상이 아예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지급 시점에 해당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고, 임직원들이 받은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할 경우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