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침체 국면에 빠졌던 가전 시장이 연초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혁신가전’ 맞대결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경쟁의 중심은 ‘세탁건조기’다. 세탁건조기는 공간 낭비 없이 세탁과 건조 기능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신제품이다. 아직 출시 초기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이 빠르게 판매고를 올리면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탁건조기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1대씩 들여놓으려면 상당히 큰 공간이 필요하다는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다. 또 젖은 세탁물을 꺼내 건조기로 옮기는 번거로운 과정을 없앴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에선 세탁건조기의 초기 흥행 여부가 가전 시장 침체기 극복의 열쇠가 될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판매 대수를 공개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가 지난 4일부터 국내 고객에게 배송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받아 실사용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LG전자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LG전자는 오는 18일 제품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초기 판매량으로만 보면 삼성전자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시 3일 만에 판대 대수 1000대를 돌파했다. 이날 기준 누적 판매량이 3000대를 돌파했다. 매일 300대씩 팔려나가는 꼴이다. 수백만원대 대형 가전제품 판매 속도가 이렇게 빠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LG전자와 달리 ‘보급형’ 제품을 먼저 출시한 것이 판매량을 끌어올린 전략으로 주효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하가 기준 399만9000원인데 반해 LG전자의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690만원이다.
삼성전자는 ‘가전은 LG’라는 세간의 인식을 깨기 위해 혁신가전 경쟁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설치할 때보다 설치 공간을 약 40%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 순조로운 판매를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의 판매 대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내부 예상보다는 국내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주로 북미 시장에서의 흥행을 내세우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판매 중인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꾸준한 판매 호조를 기록하며 초반 인기몰이 중”이라며 “출시 첫 주에 기존 프리미엄 드럼세탁기보다 약 70% 높은 초기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1월 한 달 동안 기존 제품보다 50% 이상 더 많이 팔리며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세탁건조기 경쟁은 다음 달 본격화될 전망이다. LG전자가 삼성전자와 비슷한 400만원대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세탁건조기 경쟁이 가전 시장 정체를 반전시킬 무기가 될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