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줄여서 ‘워라밸’. “워라밸 어떻게 생각하세요.” 젊은이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일 중독자’로 살아가는 내 모습이 안타까워 물어보는 것 같다. 나도 워라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혼란스럽다. 하루 동안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 주간 단위로 맞출 것인가. 아니면 1년 동안의 단위로 맞출 것인가. 평생 주기로 맞출 것인가.
인생은 학습기간(0세~30세) 노동기간(30~60세) 노후기간(60~90세)으로 나눌 수 있겠다. 학습기에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하고 노동기에도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했다면 과연 노후기간에도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할 수 있을까. 80세가 되면 대개는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 설령 주어졌다 하더라도 감당하기 버겁다. 평생 주기로 밸런스를 맞추려면 학습기와 노동기에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야만 노년기 라이프를 즐기는 게 가능할 것이다.
또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일은 삶이 아니라 삶의 짐일 뿐인가. 그래서 어떻게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을 때는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삶을 즐기는 것을 해야 할까. 일 속에는 어떤 보람과 희열, 의미도 없는 것일까. 당연히 노예에게는 일이 고역일 뿐이다. 일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없다면 일은 고역일 게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주의 자유 시장 경제 아래에서는 스스로를 노예로 취급하지 않는 이상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쉬고 있을 때보다 일하면서 얻는 희열과 보람이 훨씬 크다는 것을 평생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놀아봤지만 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떠나 바닷가에서 지내는 일도 열흘이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고급호텔 식사도 계속되면 칼칼한 라면 국물이 그리워진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일하기로 작심했다. 물론 돈 버는 일만 죽자고 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복음 전하는 일이 내 노년의 주업이 될 것이다. 나는 돈 버는 일보다는 돈 쓰는 일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세상에는 돈 버는 방법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돈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한 책은 성경 이외에는 없는 것 같다.
나는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도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내가 가진 돈을 잘 쓰게 해달라고 계속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삶을 마치는 그날은 내 손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기를 기도한다. 돈을 버는 것은 어렵고 돈을 쓰는 것은 쉬울 것으로 생각하는가. 성경에는 돈 쓰는 기준이 있다.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맺도록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죽기 전까지 기독교학교 100개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린 생명에게 투자하는 것보다 값진 것이 있겠는가. 캄보디아에 ‘애터미 예수병원’을 시작했다. 힘들게 고민하지 않으면 학교도 병원도 세워지지 않는다. 나는 천국 문 앞에 쓰러져 영원한 휴식을 만끽할 것이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