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미복귀로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가 7000명을 넘어섰다. 환자는 물론 병원에서도 복귀를 호소하지만 이들은 묵묵부답이다. 대표성을 가진 단체는 정부와의 대화를 단절했다. 집단사직 사태가 17일째 이르도록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두고 개인주의적인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3개월 동안 의사 면허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사전통지서가 미복귀 전공의 7854명에게 우편을 통해 전달됐다. 의견진술 등의 절차 후에는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전날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표가 없다’고 하는 상황이고, 접촉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는 대신 외신 인터뷰를 통한 장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전공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세계의사회 성명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에 근무했던 이해주 전공의는 외신 인터뷰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사직을 하고 제 권리를 행사하고 있지만 정부로부터 공개적으로 일하라는 명령과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으로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한편에선 행정처분 임박에도 전공의들이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는 것은 면허정지 처분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기껏 해봐야 3개월 면허정지를 받아도 쉬다가 돌아오면 된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또 전공의들은 풍족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아 몇 달 월급을 받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집단행동 금지 명령 탓에 대전협 비대위 차원에서 단체로 의견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개개인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순자 녹색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좌담회에서 “(전공의가)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면 노동조합을 정상화해 필수의료 부서를 지키며 합법적으로 행동하라”고 비판했다.
전공의를 대표할 수 있는 이들이 이제라도 정부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의 주장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병원 수련의 대표 등 전공의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서 대화 창구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1년 차 레지던트인 A씨는 “의사를 향한 비난이 두려워 전공의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며 “전공의 개개인이 직접 행동으로 참여하기엔 부담스럽고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