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통해 답을 찾아오던 어려운 질문들에 과학이 답을 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학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마음이란 무엇인지,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는지 등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나라는 착각’은 자아란 게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 뇌과학자 그레고리 번스는 뇌과학과 심리학,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실험 등을 활용해 뇌 속에서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고, 현재의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며, 그것이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래서 자아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자아란 개념이 뇌가 만들어낸 허구, 편집된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기억은 실제 일어난 일과 반드시 같지 않다. 뇌의 한계 때문에 우리의 기억과 지식은 압축되고 축소된 형식으로 기록된다. 현재의 인식 역시 사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사전 기억이나 믿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인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뇌는 우리의 기억과 경험, 지식, 인식 등을 통합해 자아라고 하는 개인의 서사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서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는 기억의 빈 구멍을 메우기 위해, 또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구성하기 위해 친숙한 이야기를 활용한다. “동화는 어린이들이 듣는 첫 번째 이야기이기 때문에,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뇌에 깊이 각인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개인적 서사의 뼈대를 구성한다.”
책은 자아가 개인의 고유한 생산물이 아니며, 이야기라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개인의 기억, 경험, 인식 등이 편집되고 재구성된 결과물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야기가 당신을 만든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