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기후재난에 방치” 시니어 123명 인권위 첫 진정

입력 2024-03-07 04:06
사진=뉴시스

“노년층에게 기후변화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50세 이상 국민 123명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 진정’을 제기했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에만 해당하는 위협이 아니기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 더 적극적인 기후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후단체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은 6일 “정부가 기후대책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123명이 참여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3세로 50세부터 92세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고령층이 나서서 기후위기 관련 진정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단체는 고령층이 기후위기에 특히 취약함에도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아 헌법상 권리인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태주 60+기후행동 운영위원은 “빈곤에 처한 노년층은 취약계층 중에서도 취약계층”이라며 “정글에서 늙은 얼룩말을 사자 앞에 내버려두듯 취약계층 노인을 기후재난 앞에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령층은 다양한 기저질환을 앓고 면역력이 낮아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환경부가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대기오염 및 알레르기로 인한 건강 영향 등의 항목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다른 연령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질병관리청의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에서도 최근 10년간 온열질환 사망자 중 68.5%가 65세 이상이었다.

단체는 정부를 향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설정,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감축목표 개선, 노년층의 기후위기 적응강화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기후위기 대책을 발표한 2011년 이래 한 번도 고령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기후위험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신속한 실태·역학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고령층 피해 비중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며 “올해가 정부가 국민보호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