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방지라지만… 27만원? 선 넘은 식당 예약금

입력 2024-03-07 04:04
픽사베이 제공

직장인 심모(31)씨는 지난 주말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식당을 예약하려다 예약금에 깜짝 놀랐다. 1인당 2만원으로, 이 식당 메인 메뉴 가격에 맞먹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약일 3일 전부터는 환불도 불가능했다. 심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일행이 코로나에 걸려도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식당이 있었다”며 “불가피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과도한 예약금을 받고 환불도 해주지 않는 건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음식점들의 예약금이 과도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예약금은 식당들이 ‘노쇼(예약일에 방문하지 않는 것)’를 방지하기 위해 받는 것인데, 도가 지나쳐 소비자에게 무리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6일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 ‘캐치테이블’을 살펴본 결과 대다수의 식당들이 당일 예약 취소시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었다. 2일 전 취소시 100%, 1일 전 취소시 50%를 환불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인 예약 금액은 2만~3만원선이었다. 1인 식사 가격의 80%에 가까운 수준이다.

고가의 오마카세·파인다이닝 식당은 예약금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 한 유명 오마카세 식당의 1인 예약금은 점심이 15만원, 저녁이 27만원에 달했다. 이 식당의 코스 메뉴 가격과 동일한 금액이다. 예약 3일 전부턴 예약금을 일절 돌려주지 않는다.


재료 준비에 드는 비용 보전이라고 해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파인다이닝은 원가율이 높은 업종인데도 재료비가 메뉴 가격의 40% 정도면 업계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오마카세 식당은 일반적으로 당일 아침 장을 본다. 전강식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노쇼를 막기 위해 도입한 예약금이지만 과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약금 문화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외식업에서 예약보증금은 총 이용금액의 1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예약 시간으로부터 1시간 전에만 취소하면 식당은 손님에게 이 예약금을 다시 돌려주도록 한다.

예약 서비스 플랫폼들이 사업자 측에 공정위의 권고 기준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캐치테이블·네이버 등은 예약보증금과 환불 정책을 업주가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예약앱 업체는 “업주들이 참고하도록 공정위의 권고사항을 안내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같은 기준이 존재하는 것조차 모르는 업주가 많다.

다만 공정위 기준이 현실화할 필요는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의 기준대로 운영하면 노쇼로 인한 식당의 피해가 굉장히 크다”며 “소비자와 업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양쪽이 납득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