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상은 시대적 변화의 흐름과 교회 사역의 특수한 상황이 만나면서 나타났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조용한 사직이 유행했고 열정페이 거부, 조직과 집단보다 개인 우선, 공정과 상식에 대한 기대 등이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직장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교회의 젊은 부교역자들 역시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어느 정도 인식의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부교역자들이 경험하는 교회 사역 문화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선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직장 문화와 교회 사역 문화는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교역자 문화, 편안하고 안전한 소통의 어려움,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교회 사역 체제, 배우고 깨달은 신학적 지향점과 교회 사역 사이의 간극, 미래 사역에 대한 불안정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며 부교역자 사역 기피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젊은 부교역자들이 지속성 있게 함께할 수 있는 사역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돼왔다. 결론은 다양한 차원의 접근과 긴 시간을 통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논의된 방안들을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외적 동기다. 사례비 복지 근무조건 업무 강도 등이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이러한 외적 동기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현실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례비를 책정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업무 강도 문제도 부교역자들이 가장 중압감을 느끼는 것 중 하나인데, 대부분 교회는 부교역자들의 가용 시간보다는 감당해야 할 사역에 우선권을 두고 운영되기에 부교역자들은 많은 사역량에 부침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부교역자들은 교회에 자신의 필요를 말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며 도리어 자기희생과 헌신의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담임목사를 포함한 교회 운영그룹의 깊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명확한 협의를 위해 전문가들은 사역계약서 작성도 제안하고 있다.
둘째는 내적 동기로 사역의 의미와 보람 등과 관련된다.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일에 참여한다는 보람이 있는가. 내게 주신 주님의 뜻을 교회 사역을 통해 이뤄가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교회 사역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앞에서 말한 외적 동기가 넉넉한 삶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든 부교역자들이 동의한다. 문제는 사역의 보람과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말씀과 교육, 영적 지도와 신앙상담 등 자신이 하는 일이 교역자 고유의 역할에서 괴리될 때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배우고 체득한 자신의 신학적 지향점과 교회 사역 현장이 괴리될 때이다. 전자의 경우는 사역 역할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쉽지 않은 문제인데 함께하는 사역자 공동체와의 대화와 토론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방향을 함께 찾아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신학과 사역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면 고단한 사역의 길을 지속할 힘을 조금은 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셋째는 사역 문화로 위계질서가 뚜렷한 교회 사역자 구조, 존중이나 소통이 어려운 문화 등과 연결된다. 한국교회 사역자 구조는 대체로 수직적 질서가 명확하다. 대부분 담임목사 중심의 사역 체제를 지니고 있으며 하향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소통은 오로지 개인의 인격에만 의존하게 된다. 일방적 지시와 명령으로도 사역이 진행될 수 있고 때로 그러한 방식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교역자들은 인격적이면서 자신들을 존중해주는 담임목사를 그토록 찾고 있으며 그런 담임목사를 만나는 것을 엄청난 복으로 여기고 있다.
더 수평적 구조 안에서 상호존중과 소통으로 사역을 진행한다면 어떨까. 의사결정 권한이 배분돼 있고 자신이 책임지는 사역을 진행하면 어떨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호존중과 소통 능력을 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평적으로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이를 통해 토론하고 타협하면서 교회를 위한 최선을 찾아가는 훈련을 할 수 있다면 위계를 넘어선 새로운 사역자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용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