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입이 화 부른다… 한동훈 ‘설화 경계령’

입력 2024-03-07 00:03 수정 2024-03-07 00:03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현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후보와 당직자들을 향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 달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선거 막판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망언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총선 판세를 뒤흔든 대표적 설화로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회자된다. 그는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취지에서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라고 했다가 망언 비판에 휩싸였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텐트’ 발언도 언급된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은 줄곧 낮은 자세를 강조해 왔고 이번에는 직접 경계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후보·당직자 등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 달라”며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고 당부했다.

이는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는 발언으로 문제가 된 직후 나온 대응이었다. 성 의원은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달리 비유가 적절치 못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날 정승연 국민의힘 후보(인천 연수갑)가 2021년 펴낸 저서 ‘일본-동행과 극복’에서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피해의식’ ‘열등의식’으로 표현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정 후보는 이 책에서 “반일 감정만으로는 영원히 일본을 넘어설 수 없다”며 “동행을 통해 일본을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보수정권의 ‘친일DNA’가 다시 발현되고 있다”며 “여당은 ‘친일 망언’ 인사들을 앞세워 총선을 치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