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줄어 폐업합니다” 사라지는 기사식당

입력 2024-03-07 04:05
사진=연합뉴스

택시기사 강모(71)씨는 요즘 택시 정류장이나 회사 차고지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다. 매일 찾던 서울 관악구의 한 기사식당이 최근 폐업했기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넓고 혼자 밥을 먹어도 눈치를 주지 않아 애용하던 곳이지만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식단으로 택시기사와 서민들이 자주 찾던 기사식당이 사라지고 있다. 택시기사 감소와 경기 불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기사식당 관계자는 6일 “인근에 기사식당 5곳이 있었는데 모두 폐업해 현재는 이곳 하나만 남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다른 기사식당은 1년 전보다 하루 평균 방문하는 택시기사 수가 40명가량 줄면서 하루 매출도 40만원 가까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기사식당이 줄폐업하는 가장 큰 원인은 택시기사 수 감소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택시기사 수는 23만5962명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1월 말(26만5015명)과 비교해 10%가량 줄었다. 특히 수입이 적은 법인 택시기사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0년 1월 10만154명에서 2023년 12월 7만1380명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법인 택시기사의 경우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이 2020년부터 금지되고 수입 전액을 납부한 뒤 임금으로 받는 전액 관리제가 도입됐지만, 사실상 이름만 바뀐 사납금 제도라는 지적이 많다. 업무를 마친 강씨는 “하루 수입이 18만2900원이었는데 회사로부터 받은 실수령액은 2만5900원뿐”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배달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상당수 택시기사가 배달업계로 넘어간 영향도 있다. 법인 택시업체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택시기사 A씨는 “택시를 모는 것보다 배달일이 2배가량 돈을 더 버니 다시 택시업으로 돌아온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강씨 역시 “몸이 튼튼한 50대만 되어도 수익이 더 높은 배달업으로 빠진다”며 “누가 택시기사를 하겠느냐”고 했다.

경기 불황과 비용 상승도 기사식당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사식당 측은 넓은 주차공간을 위한 자릿세, 인건비, 가게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기사식당 관계자는 “경기가 너무 안 좋고 원재료값도 많이 올라 매장을 유지하기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