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갑 전략 공천 이원모 “윤 대통령, 지역구서 뼈 묻으라 전화 충고”

입력 2024-03-07 04:08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해당하는 용인갑은 대한민국의 미래 명운을 쥐고 있는 선거구다.

서울 면적(605㎢)의 80%가량 되는 이곳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클러스터(국가산업단지)’가 두 곳이나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60조원, 122조원을 투자한다.

국민의힘은 이 요충지에 이원모(사진)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난달 26일 전략공천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 전 비서관의 용인갑 출마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재직 당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렸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5일 국민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용인갑 공천을 받고 나서 윤 대통령이 전화를 한 번 주셨다”며 “‘지역구에 가서 뼈를 묻으라’고, 그럴 각오로 선거에 임하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마침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도 “친윤(친윤석열)이란 부담스러운 수식어를 피하지 않고 처인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당초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용인갑으로 재배치된 것과 관련해 “제 결정은 아니었고, 공천 발표 전까지 누구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용인갑 역시 양지 아니냐’는 질문에는 “과거 우리 당에서 시장 출신 등 지역 기반이 강한 분들이 몇 차례 당선되셨던 건 사실이지만,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겼던 곳”이라고 답했다.

이 전 비서관은 “용인갑의 최대 현안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이라고 강조했다. 또 “산단이 들어올 때에 대비한 광역교통대책 수립도 중요 과제”라며 “경강선 연장 등 지역의 숙원사업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용인갑에는 단순히 반도체 지식 자체가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까지 삼박자를 아우를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졸 출신의 삼성전자 임원 경력을 바탕으로 용인갑에 출마하는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됐다.

이 전 비서관은 만약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윤 대통령에게 필요할 때 ‘쓴소리’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일을 하다 보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어떤 형태로든 의견 교환은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일할 때도 건의드릴 부분은 건의드렸다”면서 “필요하다 싶으면 의견 개진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