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부스가 커졌는데도 더 빽빽하게 관람객들이 들어찼다.”(배터리 업계 관계자)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 행사장은 전기차 업황 부진이 무색하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8개국의 배터리 셀 소재 원료·장비 기업 579곳이 참가해 총 1986개의 부스를 꾸렸다. 올해로 12회째인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2만4092명이었던 사전등록 인원도 올해 4만2872명으로 77%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부스는 참가 기업 중 가장 컸다. 자동차 하단을 뚝 떼어다 놓은듯한 전시물이 전면 배치됐다. 초록빛을 뿜어내는 네 개의 바퀴가 파우치형 셀투팩(CTP) 기술이 적용된 차량 하부구조 모형을 지탱했고, 부채꼴 모양의 틈 사이로 모형 속을 가득 메운 배터리 셀이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행사에서 파우치형 CTP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CTP는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해 에너지 밀도는 높이고, 배터리 무게와 제조 비용은 줄이는 기술이다. 부스 안쪽에는 일본 이스즈의 첫 전기 상용차 ‘엘프 mio EV’가 서 있었다. 이 모델은 셀, 모듈, 팩, 배터리관리시스템(BMS)까지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사용했다.
SK온 부스에 있는 사람 키만한 지구본과 그 뒤에 자리한 대형 전광판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관람객으로 북적거렸다. 지구본 앞에 놓인 버튼에는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적혀있었고, 버튼을 누르면 지구본이 빙글 회전해 SK온 생산거점이 위치한 해당 지역을 보여줬다. SK온은 급속충전 시간을 기존 18분에서 15분으로 단축한 ‘SF+’ 배터리, 추운 환경에서의 성능을 개선한 ‘윈터 프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을 선보였다.
삼성SDI는 국내 셀 3사 중 삼성이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전고체 배터리를 내세웠다. 자사 전고체 배터리 ‘900Wh/L ASB’의 2027년 양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 위험성을 낮추고 주행거리를 늘린 것으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삼성SDI 관계자는 “구체적인 단계별 이행안 공개는 2027년 양산이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원료 생산 단계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는 자사 밸류체인 전반을 조망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렸다. 광산, 공장, 건설기계, 자동차 등을 축소한 미니어처들이 설명을 도왔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