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인 요즘 신혜림(17)양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자주 들여다본다. 사순절마다 ‘미디어 금식’을 실천하는 일부 교인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만 기존에 즐겨 봤던 연예인의 열애설 뉴스나 드라마 등은 잘 소비하지 않는다. ‘예스히이스’ ‘위라클’ 같은 기독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찬양사역 단체의 영상을 시청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독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한 뒤 이들의 게시글에 댓글을 올리고 때론 다이렉트 메시지(DM)도 보낸다. 이른바 건강한 ‘미디어 편식’을 실천하는 셈이다.
그는 “미디어가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장애물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리즘만 잘 활용하면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을지로교회(안재평 목사)에 출석하는 신양은 사순절을 맞아 교회 친구 11명과 ‘리플레이스(Re-Place·다시 그곳으로)’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알고리즘의 순기능을 활용해 신앙 콘텐츠로 세속 문화를 밀어내는 경건운동의 일환이다. 캠페인을 제안한 이 교회 교육지도목사 정평진 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알고리즘도 우리가 회개한 걸 안다”며 “죄악된 관심사가 문제이지 미디어의 알고리즘 자체를 비판할 순 없다”고 진단했다.
캠페인에 동참하는 학생들은 이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백지훈(16)군은 “유튜브가 인스타그램보다 알고리즘 변화가 빠른 듯하다”며 “추천 영상뿐만 아니라 광고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 자주 보이던 옷·신발·게임 광고가 확 줄었다”며 “요즘엔 학습지, 영어문법 교정 프로그램이나 기아대책·국경없는의사회 등 NGO 단체의 광고가 자주 뜬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과의 영적 주도권 경쟁은 부활절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메인 화면에서 신앙 관련 콘텐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유지하는 게 캠페인 목표다.
정 목사는 “청소년 문화는 억지로 끊어낼 수도 없고 끊어내서도 안 된다”며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러 들어간 곳도 이방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과 절교하라는 조언은 무책임한 말”이라며 “다음세대가 분별력을 가질 때까지 가르치는 게 사역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세대 사역단체 브리지임팩트사역원 대표인 정 목사는 이런 미디어 자정운동을 다음세대 사역자들과 나눌 계획이다. 그는 “5월 브리지임팩트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에서 캠페인 성과를 나누겠다”며 “학생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미디어를 신앙 훈련의 좋은 도구로 활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