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국과 ‘느슨한 악수’... ‘비명횡사’ 국면 전환 시도

입력 2024-03-06 04:0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를 만나 ‘윤석열 정권 심판’에 뜻을 모으기로 한 데 대해 당내 공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비명(비이재명)계 공격을 받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조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범야권 협력’ 모양새를 일궈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서 부인 김혜경씨를 보좌했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뒤 ‘사천’ 논란이 불거지자 권 전 비서관과 현역인 서동용 의원의 2인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을 바꿨다.

민주당은 그동안 조국혁신당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악화되고 당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지자 방향을 전환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 심판론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조국혁신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서로를 측면지원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 대표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배제(컷오프)와 관련해 “정당인은 당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예사롭지 않은 시그널이다.

공천 갈등을 털고 선거 모드로 전환하려는 이 대표는 전날 첫 지원 유세로 ‘정치 1번지’ 종로를 찾은 뒤 이날 두 번째로 서울 영등포갑을 택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으로 옮겨 공천 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다. 이 대표는 김 부의장을 겨냥해 “이상한 핑계를 대고 (당을) 나가는 바람에 싱거워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국민의힘은 다 돌려막기 공천하고 현역 불패하고 전부 살아남지 않으냐”며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원내대표가 100점 만점에 15점씩 맘대로 줄 수 있게 한 것이 무슨 시스템이냐”고 공격했다.

이 대표는 또 “사천을 했느니 측근 공천을 했느니 하는데 제 측근 중 공천받은 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재명 측근, 가깝다는 이유로 불이익받고 컷오프 당한 사람이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부터 집권 여당,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까지 일부 협잡을 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가 하면 국가권력을 이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있다”며 “3·15 부정선거와 다를 게 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천 논란이 불거진 권 전 비서관과 서 의원의 2인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권 후보가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대승적 결단으로 경선을 요청했다”며 “최고위가 이를 받아들여 국민경선 100%를 시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또 “민주당 공천을 폄훼한 일부 언론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을 내일 고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당 대표를 하는 것이 우리 지역을 챙기는 데 더 유익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6일 세 번째 지원 유세로 서울 양천갑을 방문한다. 문재인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황희 의원을 지원하며 통합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영선 박장군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