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중국이 직면한 내외의 악재에 비춰볼 때 쉽지 않은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에서 취임 후 첫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발전 주요 목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 안팎”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은 5.2% 성장을 기록, 가까스로 목표를 달성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위드코로나’에 돌입했음에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급증, 소비 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리 총리도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 회복과 호전을 위한 기반은 불충분한 수요, 일부 산업의 과잉생산, 사회적 기대의 약화, 여전히 많은 리스크 등으로 견고하지 않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그럼에도 5% 안팎 성장률을 제시한 데 대해 “국내외 형세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필요와 가능성을 함께 따졌다. 올해 우리 앞에는 전략적 기회와 리스크가 함께 있고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를 ‘소비 촉진의 해’로 지정하고 구형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를 지원하는 등 내수 진작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5%대 성장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분석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경기 침체에 따른 기저 효과로 인해 5.2% 성장률을 기록한 2023년보다 올해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장기 부동산 침체,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 서방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중국 정부가 직면한 여러 도전을 감안할 때 올해 5% 성장은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4.6%로, 세계은행(WB)은 4.4%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 1조6655억 위안(약 308조원)으로 편성, 전년 대비 7.2% 증액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중국은 국방비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늘려 충분한 투명성을 결여한 채 군사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군사 동향은 일본과 국제사회에 심각한 우려 사항이며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리 총리는 “대만 독립을 목표로 하는 분열 세력과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하고 조국 통일 대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중화민족의 근본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