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협상대표 이태우-스펙트 임명

입력 2024-03-06 04:04

한국과 미국이 2026년부터 적용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다룰 협상대표를 각각 임명했다. 11차 SMA 종료 기한을 약 2년 남긴 시점에 이례적으로 일찍 협상 준비에 들어가면서 과거 과도한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5일 이태우 전 주시드니총영사를 방위비분담 협상대표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이날 미측 협상대표로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안보협상·협정 선임보좌관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 협상대표는 북핵외교기획단장, 북미국 심의관,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역임한 직업 외교관으로 외교부·국방부·기획재정부·방위사업청 등 소속 관계관들이 포함된 대표단을 이끌게 된다.

이 협상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중요한 축인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마련하는 데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 분담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미 대표단을 이끌 스펙트 선임보좌관은 30여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재직하고 미 전략사령관 및 우주사령부의 외교정책고문을 지냈다. 또 튀르키예 아다나 주재 미국영사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SMA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의 부담금을 규정하는 협정으로, 한·미는 2021년에 2020~2025년 6년간 적용되는 11차 SMA를 타결했다. 11차 SMA 종료까지 2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 차기 협상 준비에 착수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에 “과거 방위비 협상에 상당히 장기간 소요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차기 협상에선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협상대표를 임명하게 됐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우리 측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한·미는 결론을 내지 못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 13.9% 증가한 1조1833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국방비에 연동해 분담금을 올리는 안에 합의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