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가열되는 ‘내전’ 탓에 K방산의 군함 사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달 27일 방위사업청이 KDDX와 관련한 군사기밀 유출로 물의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나오면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을 전날 형사 고발한 데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방사청의 행정지도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낸 고발장 내용은 HD현대중공업 임원진이 군사기밀 유출에 개입했는지를 수사해달라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임원의 (기밀 유출)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낸 점을 집중 공략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사내 변호사는 “임원의 개입을 확인하지 않고선 더 진전할 부분이 없다고 판단해 고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안이 경쟁업체 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직적 군사기밀 유출 범죄를 직원 개인의 일탈로 ‘꼬리 자르기’하는 것에 면죄부를 줄 경우 국방 사업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은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직원들 기밀문서 열람 기록을 임원들의 유출 인지 증거로 제시한 데 대해 “출장 관리 시스템에 계획과 결과를 등록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라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방사청의 행정지도 결정 이후에도 소송전으로 이 사건을 끌고 가려고 한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는 방산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함정 분야에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대형함정 및 잠수함 분야 유일한 경쟁자인 HD현대중공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고 애 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함정 산업 ‘투 톱’의 갈등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방산업계가 업황 회복 기류를 타고 글로벌 ‘빅 4’ 진입을 목표로 분투하고 있는데 두 회사가 해외 방산업체와 경쟁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잠수함이나 대형 군함을 발주할 때 선박 건조능력 등을 고려해 여러 업체가 나눠 수주하는 경우가 있다”며 “합심할 시기에 한국 특수선 업계는 서로 물어뜯기 바빠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