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사직… 의대 교수까지 동요

입력 2024-03-06 04:05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5일 춘천에 있는 의대 건물 앞에서 대학 측의 정원 증원 결정에 반발해 삭발하고 있다. 전날 강원대는 교육부에 의대 정원을 기존 49명에서 140명으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제각각 현 정원의 2~5배 규모 증원을 요청하자 의대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교수는 삭발식을 벌이고,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는 등 집단행동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전공의 의료 공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임의, 교수들까지 의대 증원을 저지하겠다며 환자 곁을 떠나고 있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는 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배 교수는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직의 변’에서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의료 시스템 붕괴를 가속화하고, 혼합진료 금지는 의료 민영화에 다가가는 필수의료 멸망 패키지의 총아”라고 적었다. 충북대병원은 전날 교육부가 마감한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서 현 정원(49명)의 5배에 달하는 250명으로 조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병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이 상황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며 “배 교수가 스타트가 될지,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해 삭발식을 했다. 삭발에 참여한 류세민(흉부외과 교수) 의대 학장은 “(증원 신청)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개별 교실의 교육 역량의 실제적인 확인이나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북 원광대 의과대학장 등 의과대 교수 5명도 학교 측의 증원 신청에 반발해 보직 사임했다.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겸직해제나 사직서 제출 또는 두 가지 모두 실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77.5%에 달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도 ‘제자들이 불이익을 받는데 선생이 된 사람이 어떻게 가만히 있겠나’라며 사직 의사를 내비친 교수 1명이 있다”며 “제자들의 상황도 스트레스이고, 상황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대학 증원 신청까지 이어지니 동요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에는 윤우성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배 교수와 윤 교수 모두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대학 본부가 교육부에 증원 신청한 것에 반발해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교수들이 진료를 보지 않고 강의만 하는 방식으로 ‘겸직 해제’ 여부를 투표하는 등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대신해 전임의와 교수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의 줄사직이 이어질 경우 의료대란과 환자 피해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교수들 움직임 확산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교수들의 사직은) 집단행동이라기보다 개별적 행동인데, 대학병원 교수·전임의들이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설득과 대화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