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370만원 있습니까?… 돌봄비, 나라 경제까지 압박

입력 2024-03-06 00:02 수정 2024-03-06 10:53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간병 인력 등 돌봄서비스 필요는 커졌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해 돌봄 비용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고령의 부모를 위해 간병인을 쓰려는 40·50대는 소득의 60%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할 수밖에 없어 낮은 임금의 외국 인력 도입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현재 간병인 등 돌봄서비스직 구직자 1명당 빈 일자리 수 비율이 1.23배라고 밝혔다. 돌봄서비스업종 인력난이 설치·정비·생산직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 달 이내 돌봄 인력 고용에 성공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이전 80% 이상 수준에서 최근 절반 이하까지 하락했다. 구인난은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간병비는 2016년 대비 50% 상승해 요양병원 등에서 간병인을 쓰려면 월평균 37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224만원)의 1.7배, 40·50대 중위소득(588만원) 대비로는 60%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고령 가구 스스로 감당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고령 부모를 부양할 자녀 가구 입장에서도 간병비 부담은 매우 큰 것이다.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 2042년에는 61만~15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돌봄 인력 수요의 30%밖에 못 채울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늙거나 아파 돌봄이 필요해져도 70%는 사람을 못 구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이 간병이나 육아 등에 뛰어드는 가족돌봄 의존도가 커지며 국가경제 전체 생산성을 낮출 수 있다. 한은은 2022년 89만명 수준이었던 가족간병 규모가 2042년 355만명까지 늘 경우 최대 7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3.6% 규모다.

외국인 돌봄인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외국인 고용을 늘리려면) 외국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내국인보다 충분히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외국인과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없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고려해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 돌봄 인력을 구하거나 돌봄서비스 부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