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표적] <51> 바람과 바다야, 잠잠하라

입력 2024-03-05 03:04
파도를 만난 예수님과 제자들. 1633년 렘브란트 作 .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시는 예수님
종일 사람들을 가르쳐서 고단하신지
배의 고물에서 베개 베고 곤히 주무시네

배가 호수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큰 광풍이 불어 거센 파도가 출렁출렁
순식간에 바닷물이 덮쳐 배도 출렁출렁
놀란 제자들은 혼비백산하여 파랗게 질리네

제자들은 깊이 잠든 예수님을 흔들어 깨우네
우리 모두가 죽게 되었으니 어서 구해주소서
잠에서 깬 예수님이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네
바람아 잠잠하라, 바다야 고요하여라

풍랑이 그치자, 예수님이 제자들을 책망하시네
믿음이 적은 자들아, 어찌 두려워하느냐
기이하게 여긴 제자들이 서로에게 말하네
대체 뉘시기에 바람과 바다도 저리 순종하는가

예수님이 갈릴리 호수의 거센 파도를 말씀 한마디로 잠재우신 사건으로, 공관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었다.(마 8:23~27; 막 4:35~41; 눅 8:22~25) 갈릴리 호수는 지중해보다 수면이 약 200m나 낮다. 사방으로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잦은 난기류로 광풍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수님의 제자 여럿은 갈릴리 호수의 어부 출신으로 이런 경험을 자주 했지만, 이번 광풍은 그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제어하기 힘들었다. 크게 두려워한 그들은 다급하게 예수님을 흔들어 깨운다. 제자들은 이전에 예수님의 크신 능력을 여러 번 보았는 데도 여전히 믿음이 약해 광풍을 두려워하며 쩔쩔맨다. 예수님은 먼저 광풍과 바다를 꾸짖어 가만히 잠재우신 뒤에 제자들의 약한 믿음을 꾸짖으신다. 이 사건은 자연 만물을 다스리시는 예수님이야말로 만유의 주재(主宰)이심을 보여준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