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7000여명의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돌입했지만 전공의의 복귀는 여전히 미미하다. 여기에 전공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전임의마저 임용 계약을 포기하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처음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가 나오면서 교수들 역시 ‘겸직 해제’ 등을 통해 집단 대응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빅5’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연대세브란스·서울성모·삼성서울·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뚜렷한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전임의마저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52명 중 절반가량인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다. 단국대병원도 이달 들어올 예정이던 신규 전임의 10명 중 절반이 임용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은 신규 전임의 14명 중 3명만 근무하기로 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의 경우 신규 전임의 12명 중 1명은 진료를 개시했지만 나머지 11명은 병원과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 이탈 비중이 큰 ‘빅5’ 대형병원은 전임의 공백에 더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신규 전임의와 기존 전임의 등 이달 계약하려던 전임의 129명 중 50% 이상이 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전임의들마저 이탈하며 의료 공백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심근경색, 뇌출혈 등 응급환자를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부의 행정 절차 개시에 맞서 교수들이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집단 행동을 모색하고 나섰다. 윤우성 경북대병원 이식 혈관외과 교수는 소셜미디어(SNS)에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뒤에 숨어서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부끄럽다. 외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고 적었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의대 교수들 역시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경희대의대 교수협의회, 연세대의대 교수평의회 등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의대 교수들은 학교 강의와 진료를 함께 맡고 있는데, 일부 병원에서는 교수들이 강의만 맡는 방식으로 겸직 해제를 신청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