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왼쪽 사진) 엄상필(오른쪽) 신임 대법관이 4일 취임하면서 대법원 구성상 중도·보수 성향 대법관 우위 구도가 뚜렷해졌다. 중도 성향인 조희대 대법원장 임기 중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임기 만료 예정이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중도·보수화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신 대법관은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분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설 ‘제인 에어’를 쓴 작가 샬럿 브론테가 당시 남성 우위 사회 분위기 탓에 가명으로 소설을 썼던 점을 함께 언급했다. 신 대법관은 젠더법 전문가로 손꼽힌다.
엄 대법관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역설했다. 그는 “법의 문언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왼쪽과 오른쪽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뒤돌아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엄 대법관은 202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항소심을 맡아 자녀 입시 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유지했다.
중도 성향인 신 대법관과 엄 대법관은 각각 민유숙 안철상 전 대법관의 후임자로 임명돼 6년간 대법관직을 수행한다. 민 전 대법관은 진보, 안 전 대법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 후임으로 모두 중도 성향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전원합의체 중도·보수 대 진보 비율은 기존 ‘7대 6’에서 ‘8대 5’로 바뀌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으로 구성된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첨예하거나 시대 변화에 따른 판례 변경이 필요할 때 심리를 진행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전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엔 진보 성향 대법관이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중도·보수 우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진보 성향인 김선수 노정희 대법관이 오는 8월, 김상환 대법관이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전원합의체의 중도·보수 색채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