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골수 줄기세포 주사’가 보험업계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방병원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한 탓이다. 올해만 8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4대 손해보험사에서 지급된 줄기세포 주사 관련 실손보험 청구 건수가 지난해 7월 30건에서 12월 860건으로 급증했다. 자가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골관절염 손상 부위에 주사해 치료하는 이 시술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부작용이 적고 연골 재생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술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주사 치료 관련 보험금 지급액도 지난해 7월 9000만원 수준에서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34억원으로 40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추세가 12개월간 이어진다고 보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지급액은 408억원 수준이 된다. 4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시장 점유율이 50%가량인 점을 고려해 업계 전체로 환산하면 줄기세포 주사로 올 한 해 800억원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22년 10대 비급여 항목 8위인 하지정맥류(1080억원)와 ‘하이푸’ 등 생식기 질환 시·수술(740억원) 사이 규모다.
줄기세포 주사가 실손보험 누수의 주원인이라고 단정 짓긴 아직 이르다. 다만 곳곳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정형외과가 아닌 한방병원과 안과 병·의원 등에서까지 관련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한 손보사에 줄기세포 주사 시술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상위 5곳 병원 중 3곳이 한방병원이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백내장 수술 전문’이라는 간판을 내건 안과 병·의원 2곳에서도 이 시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구액이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2000만원까지로 병·의원별로 천차만별인 점도 의심을 키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 주사를 ‘제2의 백내장 수술’로 지목하기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예의 주시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