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3일(현지시간) 미국 수도에서 첫 경선 승리를 거뒀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중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것이라는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운 승리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워싱턴DC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62.8%를 득표해 33.3%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워싱턴DC가 민주당 텃밭이어서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헤일리의 승리가 가능했다.
헤일리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경선 최종 승자를 지지한다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서약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결정을 내릴 것 같다”며 “하지만 그건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승자로 확정되더라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헤일리는 “우리는 상대방을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조 바이든이나 상대방을 해충이라고 부르는 트럼프를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항상 트럼프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이 모든 일에 면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법에 따라 살아야 한다”며 “11월 이전에 (트럼프 관련) 모든 사건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선 승리를 확실시되지만, 경선에서 헤일리를 택했던 유권자 상당수가 11월 대선 때도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혀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AP통신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공화당 경선 출구조사에서 아이오와주 유권자 5분의 1, 뉴햄프셔주 유권자 3분의 1,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권자 4분의 1가량이 대선 때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 반트럼프 유권자 중 17~31%는 본래 민주당 지지자였다. 그러나 14~27%는 무당층이었고, 2020년 대선 때 트럼프에게 투표했던 공화당 유권자 10%가량도 포함됐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온건파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