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폄훼 ‘속수무책’… 공들인 진상규명보고서는 ‘부실’

입력 2024-03-05 04:01

5·18민주화운동의 왜곡·폄훼를 막고 진상규명을 완결하기 위한 활동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2019년부터 지속해온 사이버 대응은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고, 4년여의 진통을 거친 국가 차원 최초의 5·18 진상규명 종합 보고서는 부실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5·18기념재단은 “5·18에 관한 허위사실을 찾는 모니터링 활동을 올해 들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시가 편성한 2억원의 예산 가운데 1억5350만원이 삭감돼 모니터링 전담 요원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기념재단은 대폭 줄어든 예산으로 인공지능(AI) 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증거자료 캡처 등의 활동을 간헐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줄어든 예산으로는 왜곡·폄훼가 극심한 특정 사이트 3곳만 모니터링 할 수 밖에 없어 사실상 발이 묶이게 됐다.

2020년 1월 출범 이후 지난달 말 4년여의 활동을 결산한 5·18 진상규명조사위 최종 보고서는 오·탈자가 많고, 핵심 쟁점에 대한 조사를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1980년 당시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집단 발포’와 ‘헬기 사격’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선 계엄군의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평가다.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지를 가려내기 위한 증거수집도 없었을 뿐 아니라 당사자 진술거부를 이유로 왜곡·편향된 군과 경찰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도 적잖다는 것이다. 신군부의 쿠데타에 의한 정권찬탈과 헬기 사격에 대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비론적 시각을 보고서에 담아 진상규명에 한계를 드러냈다.

출범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군부 지휘부에 대한 청문회조차 한 번도 개최하지 않고 활동을 마감했다. 특별법을 통해 부여한 강제조사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는 보고서 공개시한인 지난달 29일에 맞춰 조사결과서·요약문을 뒤늦게 공개했다가 ‘전원위’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다시 이를 모두 회수해 마지막 과정까지 허술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며 5·18 진상규명을 간절히 염원해온 광주시민들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5월 단체 관계자는 “북한군 개입설, 집단발포 경위, 암매장 등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규명된게 없지 않으냐”며 “44년 동안 베일에 가려진 그날의 진실이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과와 함께 어떻게든 드러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