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분중문화상 개인 부문 우수인재상을 수상한 발달장애인 첼리스트 차지우(27)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뭉근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차씨는 4일 서울 강남구 밀알복지재단에서 진행된 전달식에서 분중문화상 상금의 절반인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 기금은 ‘밀알복지재단 문화예술센터’를 통해 발달장애 예술인 후배를 양성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차씨와 밀알복지재단의 인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부터 밀알첼로앙상블 ‘날개’ 단원으로 활동한 그는 지난해 긴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 앙상블은 차씨가 첼리스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 음악적 고향이기도 하다. 날개의 체계적 레슨은 지금의 ‘첼리스트 차지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알첼로앙상블은 밀알복지재단이 2008년부터 장애인 음악지원 사업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
차씨에게 선행은 몸에 밴 습관과도 같다.
평소 그는 방송을 보거나 길거리를 걸을 때도 어려운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한다.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쪼개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돕고 있다. 재능 기부도 하고 있다. 자신의 연주를 보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어 첼리스트를 꿈꾸는 후배에게 레슨을 하는 것이다.
이날 차씨는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점이 많은 것 같다”며 “학생이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고 싶지만 자유로운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보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많이 노력하며 고민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어머니 국선영(55)씨는 “그동안 지우가 도움만 많이 받았는데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누는 삶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며 반색했다.
차씨는 지난해 대구가톨릭대 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기업 ‘오씨아이(OCI)드림’ 소속 드림 앙상블의 5년 차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그의 꿈을 물었다. “저도 많은 분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잖아요. 이제는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고 싶어요.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습니다. 그런 뒤 ‘행복을 주는 첼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제 연주를 듣고 많은 분이 행복하는 것, 바로 제 꿈입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