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 허용하라” 6개월째 외침에도…

입력 2024-03-05 03:02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소속 한복경 전도사가 4일 서울 강남구 총회회관 앞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허락해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 여성 사역자들의 ‘목사 안수 청원’이 6개월 동안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108회 정기총회 이후 서울 강남구 총회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총회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해온 여성 사역자들의 1인 시위가 4일 13회를 맞았다. 수년에 걸쳐 여성 안수 운동을 해 왔던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동문회(회장 이주연 전도사)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총회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한복경(58) 전도사가 ‘여성 목사·장로 허용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총회회관 입구에 섰다.

한 전도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차별을 받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면서 “직분을 갖겠다는 의도만으로 안수 요청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같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남자 동문들이 나이 불문 모두 안수 받고 목사가 되는 걸 볼 때면 허탈한 마음이 든다”면서 “30여년 사역을 했어도 후배 남성 목사의 보조 역할만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여성 신도들이 ‘여성이 목사가 되면 교회를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라며 “후배들이라도 이런 서러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시위에 동참한 안명숙(54) 전도사도 “교회 밖에서는 연차가 쌓이면 직급이나 급여가 오르는데 예장합동 소속 교회 여성 사역자는 평생 전도사에 머물러 변하는 게 없다”면서 “이런 차별은 세상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인데 여성 목사를 허락하는 게 차별을 없애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도사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고린도전서 14장 34절 말씀을 근거로 여성 안수 헌의안을 기각한다”며 “그럼 여성 목사를 허용하는 다른 교단들은 전부 비성경적이고 이단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여성 사역자를 오전예배나 수요예배 설교단에 세우면서 목사 안수 요청에만 ‘잠잠하라’고 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여동문회는 최근 예장합동 산하 164개 노회에 ‘여성 안수’ 헌의를 요청하는 문건을 발송했다. 여동문회는 “노회장 목사님, 예장합동의 미래와 부흥을 위해 여성안수 헌의안을 교회·노회에서 발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성안수의 필요성은 절실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노회 헌의안은 오는 9월 열리는 교단 정기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다.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