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5] 예수보다 예능… 유튜브선 재미·취미 콘텐츠 압도적 1위

입력 2024-03-05 03:03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에서 현대인이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일상 속 개인 관심사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국민일보는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상위 3개(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앱에 남겨진 1030세대의 흔적을 들여다보며 다음세대 문화사역 전문가들과 교회가 청소년과 청년 크리스천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짚어봤다.

청년 크리스천의 알고리즘, ‘예수’보다는 ‘예능’

전국 21개 교회의 10~30대 크리스천 408명으로부터 확보한 5234개의 키워드와 문장은 각 플랫폼의 특성과 결합하며 이들 세대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응답자들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반영된 콘텐츠 제목, 네이버 최근 검색어, 카톡을 통해 주고받은 개인과 단체의 대화 주제를 95개 카테고리로 나눠 분석해본 결과 상위 랭크된 영역은 예능과 취미, 정보 획득, 업무와 교제로 나타났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는 예능 영화 드라마 여행 스포츠 음악 공연 등 재미와 취미를 추구하는 콘텐츠 소비가 집중돼 있었다. 특히 예능 콘텐츠 관련 키워드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응답률을 보이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채널과 유튜버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또 ‘시성비(시간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세대 특성이 드러나며 ‘몰아보기’ ‘5분 순삭’ 콘텐츠, 숏폼 콘텐츠(릴스 쇼츠 틱톡 등) 소비가 집중돼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항목 중에선 찬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CCM 플레이리스트(플리)’ ‘워십 공연’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아이자야씩스티원 예람워십 피아워십 등 찬양 사역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교회 신앙생활 신학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콘텐츠 소비가 뒤를 이었다.

정평진 브리지임팩트사역원 대표는 “예능에 대한 콘텐츠 쏠림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청년세대에선 크리스천이라 하더라도 ‘느슨한 SBNR(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현상이 나타난다”며 “기독교 프레임이 강하게 씌워진 간증 콘텐츠 대신 ‘유퀴즈’(tvN) 같은 예능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관을 발견하거나 신앙적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유정 한국기독청년문화재단 코디네이터도 “청년들에게 익숙한 일상 언어가 설교에 접목됐을 때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기독교성이 담긴 콘텐츠에도 그 세대의 감성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튜브 ‘5호선 청년부’의 페이크 다큐, ‘더미션’의 안녕하쎄오 같은 콘텐츠처럼 예능 콘텐츠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재미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시도가 더 많이 이뤄진다면 복음을 모르는 다음세대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검색에서는 맛집 쇼핑 여행 지도 등 주제어가 일상생활 영역에 집중돼 있었다. 또 ‘영문 이메일 작성법’ ‘챗GPT를 활용한 보고서 작성법’ 등 업무 처리를 위한 정보 검색도 다수 포함됐다. 기독교 신앙 관련 키워드는 교회와 찬양이 그나마 상위에 올랐지만 유튜브와 카톡에 비해서는 자신의 기도제목과의 연결도가 느슨했다.

개인과 그룹별 대화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인 카톡에서는 업무 관련 내용이 최상위를 차지했다. 약속과 교제 등 일상적인 대인관계 활동도 상위에 랭크됐다. 교회 공동체에서 필요한 관계적인 대화가 이뤄지며 유튜브 네이버에 비해 영성에 대한 연결고리가 강하게 나타났다. 은희승 넥스트엠 대표는 “카톡이 1030세대에서 신앙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창구로 인식하고 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기도제목, 영성의 개인화 드러나

1030세대 크리스천은 어떤 영역에 대한 기도를 가장 많이 하고 있을까.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기도제목은 ‘신앙생활과 영적 성장(하나님과의 관계)’이었다. ‘소명과 비전’ ‘가족의 건강과 신앙’ ‘학업 취업 진로’ ‘연애 결혼’이 뒤를 이었다. 가족의 건강과 신앙을 제외하고는 기도의 목표 지점이 자기 자신을 향한 영역인 셈이다. ‘선교와 복음화’ ‘전도’ 등을 주제로 한 기도제목도 일부 나타났지만 비율이 높진 않았다.

은 대표는 “우리 사회가 빠르게 개인화된 흐름이 신앙생활에도 오롯이 드러난 것”이라며 “사회적 이슈나 이웃에 대한 기도제목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고, 개인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기도제목으로 투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영적 울타리가 개인 신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데 공동체적 영성이 느슨해지면서 기도제목에도 공동체성보다는 자기 자신을 향한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전했다.

하효선 한국기독청년문화재단 코디네이터는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기도제목 자체를 자신에 대한 브랜딩 또는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는 청소년과 청년 크리스천이 많다”며 “SNS나 공개된 자리에서 노출하는 기도제목뿐 아니라 깊이 있는 교제를 통해 관심을 지속해 나가는 게 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박윤서 서지영 인턴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