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재즈 뮤지션 겸 이론가인 이판근(사진)이 3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4년 일본에서 태어난 고인은 음악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재즈 음악을 접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중학교 시절에는 하루 종일 채보(음악을 듣고 악보로 옮겨 적는 것)할 정도였다. 이판근은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 서울대 상과대학을 다니면서 음악과의 연을 이어갔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직장을 2~3년 다녔지만, 재즈가 하고 싶어 일을 그만두고 재즈에 몰두했다.
그는 재즈 이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정립해 후배들에게 가르쳤고, 정원영, 봄여름가을겨울, 이정식, 김광민, 윤희정 등이 그에게 배웠다. 그는 한국 재즈의 이론을 정립하고 기틀을 세운 ‘한국 재즈의 대부’로 평가받는다. 이판근은 생전에 작곡과 편곡에도 힘을 쏟아 ‘당신은 나의 누구세요’ ‘소월길’ 등 200곡이 넘는 곡을 남겼다. 고인의 빈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전 11시30분.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