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바람 타고… 코스피 외국인 지난달 8조원 이상 순매수

입력 2024-03-04 04:03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8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코스피도 일본 증시처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와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제고 요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8조26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1월 순매수 전환 이후 순매수 규모는 3조원대에서 8조원대로 훌쩍 뛰었다. 순매수 상위 종목은 현대차, SK하이닉스, 삼성물산, 삼성전자 우선주, 기아 순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으로, 주주환원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승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 매수의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시장에서의 학습 효과로 판단한다”며 “일본 정부가 시행한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효과 등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 시장 매수 금액을 비교해 본다면, 우리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매수 유입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거래소그룹(JPX)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2조1352억엔(약 19조원)에 달했다. 2022년 일본 증시에서 2조2543억엔어치(약 20조원)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2023년 3조1634억엔(약 28조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제고 등 기업가치 개선 노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KT&G 삼성물산 금호석유화학 현대엘리베이터 등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선 요구에 맞닥뜨렸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KT&G의 차기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낙점된 것을 비판하며 국민연금에 대표 선임 과정에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시티오브런던 등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규모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로부터 주주제안권을 위임받아 자사주 소각과 관련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안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소각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