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타우러스로 크림대교 공격” 독일군 녹취 공개

입력 2024-03-04 04:05
러시아 내륙과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에서 2022년 10월 8일(현지시간) 폭발이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산 장거리순항미사일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독일군 고위간부들의 대화 녹취가 러시아 방송에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녹취 공개를 두고 독일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러시아 측의 공작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해당 녹취를 공개하자 2일 독일 국방부는 ARD방송을 통해 “공군 내부 대화가 도청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도청의 주체가 누구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매우 심각한 사안이며 고강도로 신속하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녹취는 잉고 게르하르츠 독일연방 공군참모총장과 작전·훈련참모인 프랑크 그래페 준장, 또 다른 장교 2명이 지난달 19일 암호화되지 않은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에서 나눈 대화로 알려졌다. RT가 공개한 38분 분량의 녹취에서 이들은 “크림대교는 매우 좁아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사용하면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보급로를 끊으려는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표적이 됐다.

녹취가 공개된 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독일에 설명을 요구한다. 답을 회피하는 것은 유죄 인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우리의 오랜 라이벌 독일이 다시 원수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독일과 유럽을 상대로 정보력을 과시하고 내부 분열을 유도해 타우러스 지원을 최종적으로 무산시키려고 벌인 일로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앞둔 지난해 5월 독일에 타우러스 지원을 요청했으나 독일은 확전 우려로 거부해 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