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워라밸 실종, 공채와의 차별… 금감원 경력직 인재 줄퇴사

입력 2024-03-04 04:06

금융감독원 경력 직원들이 ‘극악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공채 직원과의 차별’에 지쳐 회사를 떠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입사한 금감원 경력직 중 4명이 연말과 올해 초에 줄줄이 퇴사했다. 지난해 공고를 세 차례나 내고 어렵게 뽑은 인력인데 1년도 채 안 돼 관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명문대를 졸업한 뒤 공인회계사(CPA)나 변호사 자격증을 갖추고 국내·외 주요 금융사에서 일하던 ‘고스펙’ 인재다. 이들은 퇴사 이유 중 하나로 과도한 업무량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감원 직원은 “야근과 평일 새벽, 주말 출근을 밥 먹듯 한다.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갔다 회사 연락을 받고 차를 돌린 적이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만둔 경력직들의 소속 부서가 다양한 것을 보면 워라밸이 나쁜 것은 금감원 전반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경력직 홀대 문제도 있다. 금감원은 금융권에서 공채 중심의 순혈주의 문화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라는 전언이다. 다른 금감원 직원은 “퇴사자들은 ‘금감원의 공채 선호 문화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경력직은 대부분 4급(선임 조사역)이나 5급(조사역)으로 채용되는데 웬만해서는 3급(팀장)을 달기 힘들다. 일만 죽어라 하고 팀장 직함도 못 단 채 퇴사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달 경력직을 또 뽑겠다고 공고를 냈는데 ‘오래 다닐 곳 못 된다’는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