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오는 4일 개막한다. 집권 3기 2년차를 맞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신의 ‘1인 체제’로 권력을 더 집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미 관계 메시지의 수위가 얼마나 완화될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지난해와 같은 5%대로 제시될지도 이번 양회의 주요 관전포인트다.
양회에서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14기 2차 회의는 4일,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2차 회의는 5일 각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회해 열흘가량 진행된다. 입법·임면·결정·감독권을 가진 전인대는 중국 내 최고 권력기관으로 꼽힌다. 국정 전권은 중국공산당에 있지만 입법·인사권은 전인대에서 행사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세 번째 임기도 전인대에서 결정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전인대에서 국가주석 선거에 단일 후보로 나와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이후 시 주석의 지방 관료 시절 근무지였던 저장성·푸젠성·상하이시와 모교 칭화대 출신 측근들,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이 고위직으로 대거 발탁됐다. 특히 시 주석이 저장성장을 지낼 때 비서실장을 맡았던 리창은 지난해 권력 서열 2위인 국무원 총리로 임명됐다.
리 총리는 전임자인 리커창과 다르게 역할을 줄여 시 주석에게 권력을 집중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현지시간) “리 총리는 최근 1년간 독일 프랑스 등 네 차례 해외 순방에서 48개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리커창 전 총리가 5년 전 네 차례 해외 순방에서 93개 행사에 참석한 것보다 적다”며 “리 총리는 국내 시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행보와 관련해 샨웨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 총리는 외교를 포함한 권한이 적다. 총리의 권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조에서 시 주석의 1인 체제에 일조해온 공직자 반부패 드라이브, 당정 일체화, 안보 강화를 통한 사회 통제는 이번 양회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시 주석의 대미 관계 메시지 수위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중국 정찰풍선이 미군에 격추된 사건으로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참석한 지난해 정협에선 “미국 주도의 서방 세력이 중국을 전면적으로 봉쇄, 포위, 억압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관계 안정화에 합의한 만큼 올해 양회에선 대미 발언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양회를 통한 외교안보라인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양회에서 발탁된 친강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리상푸 국방부장은 부패 등 의혹으로 실각했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는 등 대외 활동을 늘린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신임 외교부장에 임명될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류 부장을 선택하면 호전적인 ‘전랑(늑대전사) 외교’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중국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는 전인대 개회일에 리 총리의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공개된다. 부동산 침체, 소비 둔화에도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의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