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학기술, 中에 추월당했다

입력 2024-03-01 04:07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정부 평가가 나왔다. 중국에 뒤처진 건 현재 방식의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핵심 과학기술 분야 대부분이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과학기술 전략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고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을 보고했다. 건설 교통, 재난안전, 우주 항공 해양, 국방, 기계 제조, 소재 나노, 농림수산 식품, 생명 보건의료, 에너지 자원, 환경 기상, ICT SW 등 11대 분야 136개 국가적 핵심기술을 대상으로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5개국 수준을 평가한 결과다. 논문과 특허를 분석한 정량평가와 1360명의 국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토론을 거친 정성평가를 종합했다.

평가는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놓고 상대적인 수준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U가 94.7%로 가장 근접했고, 일본(86.4%) 중국(82.6%) 한국(81.5%) 순이었다. 한국은 2020년 기술수준(80.1%)에 비해 1.4% 포인트 향상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중국은 2.6% 포인트 상승하면서 2년 만에 한국을 앞질렀다.


기술격차의 경우 한국과 중국은 2020년 미국보다 모두 3.3년 뒤처졌었다. 그러나 이번 평가에서는 중국(3년)이 한국(3.2년)보다 미국과의 격차를 줄였다.

세부 평가에서는 중국과의 격차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36개 기술 중 국가전략 기술 50개를 대상으로 한 세부 평가 결과 EU(92.3%) 중국(86.5%) 일본(85.2%) 한국(81.7%) 순으로 나타났다. 50개 국가 전략 기술만 놓고 보면 중국은 이미 일본까지 넘어섰다. 그나마 한국이 이차전지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우주항공·해양은 미국에 비해 55%, 양자는 65.8%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산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미래 생존 필수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번 평가에서 드러난 기술별 강·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분야별 정책 수요를 파악해 기술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가들은 이날 회의에서 “우주항공·해양 분야의 경우 독자적 심우주 탐사를 위해서라도 중장기 개발 계획과 국제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