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결국 인공지능(AI) 전면전에 뛰어들었다. 팀 쿡(사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 생성형 AI에서 애플이 새로운 장을 여는 방법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 열풍 이후 애플이 AI 사업에 대한 포부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AI 열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AI 주도권 쟁탈에 분주한 모습이다.
쿡 CEO는 이날 온라인 주주총회에서 “생성형 AI가 놀라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애플이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AI 기술은 이미 애플 제품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쿡 CEO는 이전에 공식 석상에서 ‘AI’라는 단어를 잘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머신 러닝’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2월 초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AI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애플이 AI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관련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AI폰’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생성형 AI 기능이 탑재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했다. 애플의 경우 비전 프로 헤드셋, 애플 워치 등에는 AI 기능이 적용됐지만, 아이폰은 아직이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이 AI로 바뀌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6에는 AI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에는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EV)인 ‘애플카’ 개발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애플카 개발 인력은 AI를 포함한 다른 부서로 재배치된다.
그동안 독자적 생태계를 유지하던 애플이 AI 사업에선 어떤 전략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최근 빅테크들은 단기간에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협업하고 있다. 예컨대 갤럭시 S24에 구글의 AI 검색 기능이 탑재되는 식이다.
다른 빅테크의 수장들은 일찍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초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한국 방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을 다니며 AI 기술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AI 서비스가 주력 사업인 이들 기업은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자사 AI 챗봇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 오류를 빠르게 인정하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제미나이의 답변은 편견을 드러냈고 이용자에게 불편을 줬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우리의 잘못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근 제미나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백인이 아닌 유색 인종으로 그려 논란이 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