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 “내 인생 바꿔 준 작품, 자부심 느껴”

입력 2024-03-01 04:03
CJ ENM 제공

“‘패스트 라이브즈’는 내 인생을 바꾼 영화다.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호평 받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내게도 더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연기도 기술적이 아닌 철학적 접근을 하게 된다.”

배우 유태오(사진)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패스트 라이브즈’와의 운명적 ‘인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오는 6일 개봉하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24년 간 어릴 적 첫사랑에 대한 애틋하고 아련한 감정을 품고 사는 주인공 해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한국적 정서인 ‘인연’을 보편적 정서로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태오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인연’을 해외 관객들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으로서 어디서도 이방인임을 느끼며 살아 온 자신의 성장 배경이 해성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유태오는 “캐릭터를 연구할 때 나와의 공통점이 발견되면 그걸 극대화시켜서 파고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성과 닮은 점을 찾다가 한(恨)이라는 감정을 발견했다. 나는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억울함을 너무나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 담긴 정서를 표현해내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다. 유태오는 “인연이란 단어에 담긴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선 그 개념을 해석하고 체화해야 했다”며 “결말에서 경쾌하면서도 슬픈 감정이 조금은 있는 인물의 얼굴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셀린 송 감독과 많이 대화했고, 지금과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돌이켰다.

이곳 저곳에서 현실에 부딪치며 살아온 과정은 배우 생활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유태오는 “고생한 게 자랑은 아니라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트라우마도 자산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결핍이 있고 자존감이 낮아서 더 많이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