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 획정 또 늑장 처리에 ‘주고받기’ 흥정한 여야

입력 2024-03-01 04:03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어제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선거 41일 전이다. 선거구 획정안이 늑장 처리되면서 이번에도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탓에 정치 신인들은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여야는 불필요한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더니 막판에는 나눠먹기 협상에 매몰돼 ‘법 어기는 국회’란 오명을 되풀이 했다.

여야는 전라북도 지역구 10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47석)에서 1석을 줄이기로 했다. 앞서 정개특위에서 잠정 합의한 ‘특례구역 4곳 지정’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선거구 개편은 여야 밀실 타협의 산물이다. 민주당은 텃밭인 전북 1석을 지켜냈고,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재표결 및 부결을 이끌어내 긴 논란을 종식시키는 이득을 챙겼다. 어차피 부결될 쌍특검법이었는데, 선거 전에 재표결해 ‘김건희 리스크’를 떨어내는 대신 민주당에 1석을 양보한 것이다. 결국 전북과 비례대표 1석씩 가감 외에 지난해 12월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 대로 확정됐다.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 일이었나. 선거구 획정은 선거 1년 전에 마쳐야 하는데 국회는 늘 법을 어겨왔다. 21대 총선 때는 39일, 20대 때는 42일 전에 선거구가 확정됐다. 이 정도면 상습적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원외의 정치 신인들은 어느 지역에서 뛰어야 할지 몰라 발이 묶이고, 얼굴을 알리지 못해 경선부터 불리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 신인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자 사실상 기회의 박탈이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국회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고의적인 지연이란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이제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국회에 일임해서는 안된다. 선거구 획정 기준을 법률에 명시해 흥정거리가 될 소지를 차단하거나, 아예 선관위 또는 별도 독립기구에서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위법과 불공정을 스스로 조장해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