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관측기 ‘남병철 혼천의’ 170년 만에 복원

입력 2024-03-01 04:03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조선 후기 천체 관측 기구인 ‘남병철 혼천의’(사진)가 170여년 만에 복원됐다.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 등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천문유산인 남병철 혼천의 복원 모델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천문학자 남병철(1817~1863)이 쓴 책 의기집설 내용을 토대로 혼천의를 복원했다. 이 혼천의는 장소를 옮기면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도록 관측 기준이 되는 북극 고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전의 혼천의는 북극 고도를 관측지에 맞게 한번 설치하면 변경할 수 없었다. 남병철 혼천의는 고도와 방위뿐 아니라 황경과 황위, 적경과 적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남병철 혼천의는 올해 하반기 국립과천과학관에 특별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복원을 주도한 김상혁 고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혼천의에 관한 연구를 20년 전에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남병철 혼천의는 전통 혼천의 중에서 실제로 천체 관측이 가능하도록 (좌표계를 변환할 수 있는) 재극권을 탑재한 세계 유일의 과학기기”라며 “선조의 우수한 과학문화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