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에 과학기술 첫 추월…경각심 갖고 혁신 방안 마련해야

입력 2024-03-01 04:01
주요 5개국 기술수준 추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기술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과학기술 11대 분야, 136개 핵심 기술을 평가 비교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을 발표했다. 전체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유럽연합(EU) 94.7%, 일본 86.4%, 중국 82.6%, 한국 81.5%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엔 80%인 중국이 한국(80.1%)에 약간 뒤졌으나 2년 만에 빠른 속도로 역전시킨 것이다. 136개 핵심 기술 중 국가전략 기술 50개를 대상으로 한 세부 평가에서 중국은 86.5%로 81.7%인 한국과의 격차를 더 벌려 놨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유일하게 앞선 건 이차전지 기술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2년 전 평가인 데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추월당했다고 봐야 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15년 ‘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한 뒤 꾸준히 진행해온 기술 굴기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수직적 분업 시대에서 벗어나 수평적 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 한국에서 수입하던 중간재 대부분을 직접 생산해 완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젠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 비중도 크게 늘면서 전체 중국 수입품의 60%를 초과했다. 한·중 수교 31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대중국 무역적자(-180억 달러)를 기록한 건 이같이 구조적인 무역 역조 구조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경각심을 가져도 부족할 판에 한가하게 중국의 한한령이나 코로나 봉쇄를 탓할 계제가 아니다.

기술 경쟁우위 상실이 가속화될 경우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산이 퇴출당하고 나아가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에 밀려날 게 뻔하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독일 등 주요국들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동원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기술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0.01초를 다투는 경주처럼 최고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 초격차 기술과 인재 확보는 생존과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가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삭감한 것도 모자라 구조개혁 용역까지 발주한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의대 증원도 그렇다. 증원은 당연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대입 수험생들로 하여금 최첨단 분야인 반도체·컴퓨터 학과 등 이공계를 이탈토록 해 의대 진학 쏠림을 유발하는 건 모순이다. 경각심을 갖고 혁신 방안 마련과 치밀한 인재 육성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