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교리도, 규칙서도 아닌 사랑을 담은 러브레터다”

입력 2024-03-01 03:04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앨라배마주 노스포트 인근 베델장로교회에서 예배 직전 사소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한 성도가 “성경에 ‘강아지에게 가격을 매기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고 강변해서다. 목회자가 당황하며 “그런 구절이 있는지 몰랐다”고 답하자 성도들은 이내 실망한다.

초기 그리스도교 사회사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성서학자이자 장로교 목사인 저자가 목사 후보생 시절 겪은 실화다. 해당 성도는 “창기가 번 돈과 개의 몸값은… 주 너의 하나님의 집에 가져오지 말라”는 신명기 23장 18절을 인용했다. 여기서 개는 동물이 아니라 가나안의 다산숭배 집단에서 활동한 남창(男娼)을 의미한다. 개역개정 성경은 이를 ‘개 같은 자’로 번역했고 새번역 성경은 ‘남창이 번 돈은’이라고 번역했다.


이 일화로 저자는 기독교인 가운데 “여러 복잡한 문제에 하나님이 손쉬운 해답을 제시한다고 자신 있게 선포하는 이들”이 적잖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이들에게 성경은 인간사 각종 규칙과 법령이 오롯이 담긴 ‘명확한 책’이다. 하지만 예일대 종교학부 명예교수로 미국성서학회(SBL)와 세계신약학회(SNTS) 회장을 역임한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를 비롯한 여타 성서학자에게 성경은 평생을 연구해도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 힘든 모호한 존재다. “공부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질문이 생길” 뿐이다.

저자는 “이제 어떤 문제에 관해서든 성경이 분명한 무언가를 가르친다고 말하는 걸 그만두라”고 말한다. 정작 “합리적 논쟁이 필요할 때 이를 종결하기 위해 성경의 권위를 활용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다. 대신 “성경을 이렇게 해석하면 이런 생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자고 권한다. 성경 해석의 열쇠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께 있다. 사도 바울이 말했듯 “우리가 부분적으로만 알지만 그때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온전히 알 수 있다”(고전 13:9~12)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성경에 명확성이 부족함에도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건 “그분의 창조 의도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분의 이야기를 전부 파악할 수 없다. 기독교인이 열린 마음으로 성경을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저자가 종교 다원주의자는 아니다. 성경의 모호함을 인정하되 인류를 사랑으로 인도하는 주님을 신뢰하며 성경을 읽자는 것이다.

성경의 모호성과 문자주의 위험성을 상세히 해설하던 저자는 마지막엔 “복음에 하나님의 불가해한 사랑이 담겼”음을 역설한다. 성경을 ‘러브레터’에 비유한 저자의 결론이 감명 깊다. “복음은 규칙서가 아니다. 일련의 교리도 아니다.… 복음은 사랑을 담은 편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