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출산율 첫 0.6명… 저출산 백약이 무효

입력 2024-02-29 04:09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으로 더 낮아졌다. 특히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분기 기준 첫 0.6명대를 기록했다. 0.6명대 출산율은 지구상 어떤 나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례적 현상이다. 올해도 0.6명대 출산율이 예상돼 특단의 인구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2022년의 0.78명보다 0.06명 감소한 0.72명이었다. 2015년 이후 8년째 내리막세이며 감소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0.03명이었던 출산율 감소 폭은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4분기 출산율은 전년의 0.70명에서 0.05명 줄어든 0.65명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첫 0.6명대 출산율이 나온 것이다.


서울의 출산율은 그보다도 더 낮은 0.55명을 기록했다. 전국 최저 수준이다. 서울에서 가장 낮은 곳은 관악구로 0.38명이었다. 가장 높은 곳은 노원구(0.67명)였지만 전체 출산율을 여전히 밑도는 수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자연증가하는 세종마저 출산율 ‘1명대’가 처음 무너졌다. 세종은 2022년까지 출산율 1.12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0.97명으로 떨어졌다. 전국 17개 시도의 출산율이 0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통계청은 올해 출산율을 0.68명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간신히 턱걸이로 유지한 0.7명대 출산율이 깨진다고 보는 것이다.

‘인구 쇼크’에 인구 감소는 현실화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감소하는 반면 사망자는 증가하면서 지난해 자연 감소 인구는 12만2800명에 달했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2만여명 줄어든 23만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0.6대까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게 보편적 전망이었다”며 “그런데 이번 연간 단위 추계상으로 0.68이 나오면서 저출산 현상이 현실로 와닿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혼인 건수가 증가했다며 이를 출산율 개선의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외신도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경력 단절과 자녀 양육에 드는 경제적 비용을 우려한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